<주류경제학아무생각없>조 조장 후기 입니다.
-사회과학부 양우석
올해는 『국부론』이 출간된 지 딱 24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책에는, 출간된 지 두 세기 반이 지난 지금까지의 현대 경제학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틀이 상당부분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주류경제학만이 아니라 마르크스경제학을 포함한 다른 비주류경제학이 아담 스미스에게 지고 있는 빚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국부론』을 읽는 것은, 스미스가 제시한 당대 경제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들이 오늘날의 경제상황을 설명하는데 잘 들어맞느냐 아니냐 하는 것을 따지기 이전에, 200년이 넘는 시기 동안 정치경제의 주도권을 잡아온 패러다임을 확인하고 경제학의 성립을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매우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부론』 세미나의 ‘묘미’는 신고전파경제학을 상징하는 『맨큐의 경제학』을 고전파경제학의 대부 아담 스미스와 각각 비교하면서 읽는 것이며 중간 중간 故 김수행 교수님이 손수 다신 각주를 통해 마르크스와도 비교하면서 텍스트를 ‘음미’하는 것입니다. 비록 폭풍 같은 진도의 본 수업이 있고,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금은화 가치이야기 때문에 머리가 빠지지만 세미나를 마치고 보고서를 제출한 후 느끼는 보람은 그것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치열하게 한 한기를 마무리하신 수강생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고, 교과서의 논리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중간 중간 의문을 던져주시며 명확하고 촌철살인의 강의를 해주신 유철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앞으로 <경제학 개론>을 수강하게 될 17학번 학우들이 『국부론』 세미나의 ‘묘미’와 ‘보람’을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이하 조원들의 후기 입니다.
손영원 : 다시 한 번 자세히 읽어보려고 한다. 주요한 핵심 내용 말고는 쓸데없는 소리가 대부분 많아서 내용 자체는 크게 좋지 않았다. 주류경제학이 차용하는 논리도 조금씩 나와서 재밌기는 했지만 시대적 배경이 너무 낙후된 이야기가 많다. 현대에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큰 관점으로 분업과 시장에 관한 내용 등 조금 긴밀하고 깊게 따져보고 싶은 파트가 있다.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을 선순위로 읽고 읽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이찬주 : 사회과학부 학생이 아닌 경제학을 복수전공하는 중어중국학과 학생에게 국부론은 가혹했다.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두껍고 끝이 없어보이던 국부론도 조원 5명이서 나누니 대략 50~60 페이지씩 두 번만 발제하면 (상)권이 끝난다. 각자 맡을 부분을 정하고 첫 조모임 때 비록 발제자는 아니었지만 처음이니 만큼 의욕에 가득 차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책 속의 애덤 스미스와 나의 거리는 그가 살았던 18세기와 현재 21세기의 차이만큼 멀었다. 고리타분한 말투와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 이해를 돕기 위해 달아놓은 한층 더 복잡한 각주들. 같은 부분을 읽고 또 읽어도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반쯤 포기한 상태로 조모임에 참석했고 날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조원들의 경제학적 지식수준이었다. 대부분 16학번들이고 사회과학부지만 나처럼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내 예상은 산산조각 났다. 조원들은 이미 경제학의 기본적인 지식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확실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한 학기동안 조원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조모임이 거듭될수록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마르크스주의를 바탕으로 경제학을 이해하고 있는 조원들과 경제학에 무지한 상태에서 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던 내가(주류경제학에 가까운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만나 국부론을 조금 더 다양한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조모임의 대부분의 시간은 애덤 스미스의 이론들을 요약하고 개중 얼토당토 않는 부분을 지적하며, 마르크스 혹은 다른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이론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토의했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의 차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같은 사회를 살며, 같은 현상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리도 다를 수 있었을까.
몇 주간 국부론과 씨름하며 주류든 비주류든,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와 신념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비록, 이제 경제학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지만, 국부론 조모임을 통해 경제학으로의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이선희 : 한 학기 내에 <맨큐의 경제학> 한 권을 다 끝내야 해서 그 방대한 시험의 범위와 수업 진도를 못 따라가서 버겁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 학기에 <맨큐의 경제학> 한 권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1년 간 하는 것이면 어떨까. 경제학개론1, 2로 수업을 쪼개서 1년동안 수업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국부론> 원서로 조별토론을 할 때 느낀 것은 정말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서가 잘 읽히지도 않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채 시간에 쫓기듯 읽어야 했다. 1학년들이 주류경제학의 내용을 배우는 만큼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도 함께 읽으며 스미스의 주장을 마르크스는 어떻게 반박했는지 비판적인 시각을 곁들여 함께 읽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다음 학기부터는 원서를 주교재로 잡지 않고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과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을 함께 읽으며 토론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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