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교수님께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는 것이 한 학기 간 조별과제라고 하셨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많이 얕봤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워낙 유명한 말을 남긴 인물이기도 했고,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 한 번쯤은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부론을 완독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애덤 스미스는 정말 훌륭한 경제학자라는 것이다.
과거 봉건제 시절의 국가에게 경제는 백성에게 내리는 시혜적 혜택과 같이 여겨졌고, 부는 소수의 귀족만 누릴 수 있는 세습이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노동 가치설’을 앞세워 국부를 설명했고, 이것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더더욱 놀랐다. 특히 개인의 이기심이 시장과 국가의 이익을 크게 한다고 한다던가 분업의 효율성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노동조합에 대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좋은 것도 아니지만) 태도를 보인다거나 일부 상인과 제조업자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도 인상 깊었다.
정작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저명한 구절은 책에서 단 한 번 밖에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구절이 세계인의 뇌리에 박힐 수 있었던 까닭은 역시 맨큐의 공이 크지 않나 싶다. 이제 고작 입시공부에서 벗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내가 애덤 스미스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행으로 인해 ‘수포자’임에도 더 이상 경제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뿌듯하다. 하지만 곧 만날 우리 사랑하는 후배님들은 나와 같은 고난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서가 아니더라도 시중에는 만화나 청소년 대상으로 쉽게 풀어 쓴 국부론이 많이 출간되어 있으니 이를 이용해서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한 학기동안 지상 최대의 귀여움을 발산한 우리 ‘교수님 유시민 닮았’조 학우들, 고생 많았고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아, 진짜 마지막으로 맨큐보다 유철규 교수님이 오조 오억 배는 더 훌륭하시다. 교수님이 나에게 C를 준다고 하셔도 한 학기동안 교수님께 개론 수업을 배운 것은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B-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주류경제학이 이렇게 나오게 되었구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으음 다시 읽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C-5장부터는 잘 모르는 개념들로 가득해서 읽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분명 다 읽고 이야기를 나눴으나 내가 국부론을 읽었다고 어디 가서 말할 수 있는 정도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나의 기초지식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할 일이 많았기에 국부론을 읽는 것에 비중을 많이 둘 수 없었기에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시간이 많을 때 읽어보면 좋겠다. 많은 걸 알려주는 좋은 책이지만 내가 소화하기엔 어려웠다.
D-한 학기동안 고전을 읽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줄 몰랐다. 매주 새로운 주제와 내용들로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는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또 내가 미처 공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다른 조원들이 알고 있었고, 각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다양한 생각들이 모든 주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다. 국부론을 공부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애덤 스미스가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흔히 애덤 스미스는 주류 경제학의 대표적인 학자로 알려졌다. 나는 현재 주류경제학의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의 잔인한 이면들을 보면서 애덤스미스가 당연히 약자에 무관심하고 오직 효율성과 이윤에만 관심 있는 학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운 이익 추구는 인정했지만, 끝없는 이기심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학기에 애덤 스미스에 대한 오해가 풀렸던 것이 오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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