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론 후기입니다.늦어서 죄송합니다.
201622014 김은재
국부론 보고서 감상문
2학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걱정이 되었다. 모두 알음알음 자기들끼리 미리 조를 짜놓고 있는 것 같았고 내가 맨큐가 누구냐고 물어본 순간 모두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이미 모두 경제학개론을 대비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혹은 내가 좀 무식했거나. 고등학교 때 수요공급 그래프만 나와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항상 오답을 고르곤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이라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만화국부론부터 한 번 읽고 영등포 교보문고까지 찾아가 아담 스미스이 다른 저서인 도덕감정론에 관한 책도 한 권 샀다. 물론 읽지 못하고 학기는 시작되었고 총명한 조원들이 의욕적으로 상하권을 다 읽는 계획을 짜는 바람에 매주 200페이지 이상씩 책을 읽어가야 했다. 평소에 재밌는 책은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 편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책을 200페이지씩 읽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역자의 다른 책인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까지 사서 병행해서 읽었고 조별토론시간이 다가오면 몸이 목석처럼 굳는 민망한 경험을 한 학기동안 반복했다.
국부론을 읽고 조원들과 토론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흥미로웠는데 일단 조원들이 너무나 총명하고 분석력이 뛰어나서 읽어온 부분에 대해 언제나 비판점과 오늘날과의 차이점까지도 지적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같이 놀았는데 매우 불공평하게 느껴질 정도로 활발한 토론을 진행하는 조원들에게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 사실 같이 놀아서 생활태도를 어떻게 닮아가야겠다는 점은 얻지 못했지만 뒤쳐진 만큼 나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라도 하게 되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내용 때문이었다. 정부가 너무 빨갛다고 우려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조차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규제 없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가장 첫 번째 근거로 항상 소개 되었고 나도 그런 줄만 알고 국부론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니 내가 알던 국부론의 모습은 절반의 진실 같은 것이었다. 스미스는 정부의 외압보다 개인의 이기심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것이 어쩐지 사회전체 파이를 크게 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디까지나 사회이익이 커지는 경우에 한해서였다. 스미스는 분업이 노동자들의 지적능력을 퇴화시킨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노동조합을 설명하면서도 그들은 난동을 피우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굶어죽기 때문이라며 지적했다. 노동조합을 옹호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오늘날 정치인들조차 파업을 이기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던 것이 떠올라 놀라웠다. 식민지정책에 대해서도 동인도회사를 비판하고 미국식민지정책이 영국에게 손해일 뿐이며 가난한 나라들과 무역을 하는 것보다 그들이 성장한 상태에서 무역을 재개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펼친 것도 의외였다. 오늘날 거대기업들이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는 것에 대해서 스미스는 누구 편에 설지 궁금해졌다. 사회진보를 이야기하면서 세 계급 중 자본계급의 이익은 사회일반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사회일반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모습도 오늘날 낙수효과를 아직까지 들먹이며 대기업 우선정책을 펼치는 정부와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했던 국부론과 달랐던 대목들을 떠올리려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 두꺼운 책을 대표할만한 몇 문장을 찾는 것은 내게는 무리다. 아직 절반 정도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국부론 = 보이지 않는 손” 이라는 공식을 만든 맨큐를 포함한 오늘날의 주류경제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어떻게 하면 다른 내용을 다 제쳐둔 채로 그 한 문장을 책의 핵심포인트로 잡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마치 내가 떠들여본 유일한 고전 비스무리한 책을 떠올리게 한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관용을 이야기하던 한 수염 난 중동남자의 오래된 이야기는 오늘날 소수자들에 대한 헤이트스피치와 타종교 탄압을 자신들의 권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얼간이들이 교본처럼 들고 다니는 책이 되었다. 물론 성경과 마찬가지로 국부론은 비판할 점이 많다. 오늘날의 경제상황과 차이가 있기 때문도 있지만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절약만을 강조하는 점이나 대체로 타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전형적인 계몽주의 경제학자들의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왔던 오늘날 무한경쟁 자본주의 사회를 옹호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아담스미스의 모습과는 의외로 다른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첫 번째 놀라웠던 점에서 조금 덧붙이자면 조장 이재우를 비롯한 박지수, 박정우, 서주은 조원들에게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강제로 조장이 되었지만 거의 매 토론을 이끌어나가고 마지막 보고서까지 맹렬히 기획, 추진한 조장 덕분에 과제를 무사히 끝내게 된 것 같다. 한 학기동안 국부론을 배우는 동안 조금밖에 고통스럽지 않았던 것은 그들 덕분이었다. 정말 행운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보고서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고통 받고 있는 조장 이재우 학우의 공이 조금이라도 드러났으면 하는 마음에 덧붙였다. 교수님 칭찬도 해드리고 싶은데 아부성 멘트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강의는 정말 좋았다. 따라가지 못한 내 머리가 아쉬울 뿐이다.
박정우 소감
국부론은 현대 주류 경제학의 시초가 된 고전이다. 2학기 경제학개론 시간에 조모임은 국부론 읽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공동구매 때 무슨 배짱인지 상하권 2권 모두를 구입했다. 그리고 실제 우리 조(‘노조’)는 국부론 상하권 읽기를 선택해 한 학기 동안 조모임을 진행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애덤 스미스가 참 자료조사를 열심히 하고 상세히 쓴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식민지 등의 세계와 화폐라는 수단 등을 이용하여 분석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런 수많은 자료와 분석 그리고 현재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는 사실 덕분에 쓰여진 지 약 240년이 흘렀음에도 고전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읽을 때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은 조모임을 통해 같이 얘기하고 토론하면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 열띤 토론으로 진행된 적도 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생산적 노동, 비생산적 노동 부분과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책에서 단 한번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 과대평가되고 있으며 국부론은 일부 경제학파에서 신성시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국부론을 신성시하지 않고 현대의 상황과 비교하며 비판적으로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조모임을 통해 읽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 개론 시간에 조모임을 통해 국부론을 읽는 이런 전통이 쭉 이어지면 좋겠다.(우리만 하기 아깝다.)
박지수 소감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경제학개론 수업을 듣기 이전에 내가 국부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라곤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경제학개론에서 맨큐와 스미스를 만나기 이전에 내가 보는 주류 경제학자들(지금 보니 그들은 경제학자라기보다는 정치가에 가까웠던 것 같긴 하다)은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반대하며 재벌 기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었으니.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정부의 시장개입 최소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선 애덤 스미스와 우리나라의 (자칭)보수주의자들이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점에서 그들은 다르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임금인상을 매우 찬성한다. 우리나라의 (보수)정치가와 자본가들처럼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불러온다고 하기는커녕 이윤율의 상승이 물가상승을 부른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세 계급(지주 계급, 자본가 계급, 임금노동자 계급)중에서 유일하게 자본가 계급의 이익이 국가 전체의 이익에 반할수도 있다고 말한다. 삼성의 성공이 한국의 성공처럼 말해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경제학의 고전인 만큼 현재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 ‘노’조는 국부론(상),(하)를 모두 읽었지만 나는 책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청소년을 위한 국부론(김수행)>을 함께 읽었다. 김수행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자신이 국부론에 관심을 가진 첫 번째 계기를 자본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내가 국부론에 느낀 약간의 흥미도 비슷했던 것 같다. 시장경제를 옹호할 때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스미스가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긍정적으로 보고 자본가의 이윤 상승을 경계했다는 점만 봐도 흥미를 가지기 충분했다.(책이 좀 더 얇았더라면 흥미가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처음엔 수업에서 ‘주류경제학을 서술하는 맨큐의 경제학을 주교재로 사용하면서 굳이 국부론을 꼭 읽어야 하나’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이후 마르크스 경제학을 비롯해서 비주류 경제학도 국부론을 비판하거나 일부는 따르고 발전시키면서 발전했다는 점을 알게 된 후에는 꼭 필요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주은 소감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생기기도 이전인 중세시대에 경제에 대해서 사고했었던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 참 인상깊었다. 당시의 사고습관이나 문화에 따라서 지금의 해석과는 오차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성립하는데 기여한 부분이 적지않다고 생각되고 국부론을 읽는데는 고전적 자연주의적인 학풍이 어떤 것인가를 느낄 수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국부론 토론 모임을 가지면서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토론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각자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모임이 없었다면, 두꺼운 국부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다 읽는 일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이 들고 그만큼 연말에 소감을 쓰면서 뿌듯하기가 그지없다. 조원끼리 자주 얼굴을 보니 친해지게 되는 것도 좋은 장점인 것 같다.
이재우 소감 응, 역시 너무 힘들었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지만
죽 이되는 밥이되든 열심히 해서 좋았을 수도 있다는 말과
여 하튼 하면 되는 되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모두에게 수고의 말을 건내
줘 고 싶다.
아니,
죽 도록 고생했는데 이렇게끝나는 것도너무아쉬
어 서, 역시 내 이후의 후배들도 경험해
봐 서,이러한 뿌듯함과 자신의성장을느껴서해바
라 기처럼 쑥쑥 컸으면 좋겠다. 국부론 계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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